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
- 유하
어느 날
내가 사는 사막으로
그대가 오리라
바람도
찾지 못하는 그곳으로
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
어느 날
내가 사는 사막으로
그대가 오면 모래알들은
밀알로 변하리라
그러면 그 밀알로,
나 그대를 위해 빵을 구우리
그대 손길 닿는 곳엔 등불처럼
꽃이 피어나고 메마른 날개의 새는
선인장의 푸른 피를 몰고 와 그대 앞에
달콤한 비그늘을 드리우리
가난한 우리는
지평선과 하늘이 한몸인 땅에서
다만 별빛에 배 부르리
어느 날
내가 사는 사막으로
빗방울처럼 그대가 오리라
그러면 전갈들은 꿀을 모으고
낙타의 등은 풀잎 가득한 언덕이 되고
햇빛 아래 모래알들은 빵으로 부풀고
독수리의 부리는 썩은 고기 대신
꽃가루를 탐하리
가난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란
오직 이것 뿐